대구·경북 지역에서 계엄령 논란, 대통령 파면 가능성, 야권 단일화 내홍이라는 정국 혼란 속에 민심이 변화하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피로감에 대한 반응으로 "투표 안 할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관심이 확산 중이다. 반면, 중도층 내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한 지지세가 일부 꿈틀대며 기존의 보수세 강세 지역에서도 이례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구·경북 민심의 '변화', 전통적 결속 약화되다
대구·경북은 오랫동안 보수진영의 아성으로 불려 왔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자유한국당,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은 이 지역에서 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 속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여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균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우선, 최근 불거진 계엄령 문건 논란과 대통령 파면 발언, 그리고 야권 단일화 내홍은 보수 진영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그리고 국민의당까지 포함된 중도 보수 야권에서 지나친 내부 갈등과 전략 부재가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몇몇 보수 정치인의 부적절한 발언과 잇단 정치적 실책 또한 지역 내 유권자들의 지지 철회를 유도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 후보 캠프 내 자원봉사자 이탈까지 발생하며 그동안 철벽 같았던 지역 조직력도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2030 세대와 40대 유권자 사이에서는 “정치 피로감이 크다”, “이제는 새 인물을 보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과거와 같이 정치 연설만으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정권 충성도가 높은 지역에서조차 ‘합리적 보수’와 ‘정책 중심의 판단’을 하고자 하는 유권자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이념 중심이 아닌 실용주의적 접근과 정치 안정성,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 확산…“그냥 투표 안 할래”
정치적 무관심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과거에는 예외 없이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을 자랑했지만, 최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나 여론조사에서는 “가서 뭐하나”, “어차피 똑같다”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이러한 정서의 원인은 단순히 특정 정당에 대한 실망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으며, 특히 후보단 내에서 반복되는 네거티브 전략과 정책 실종 상황이 유권자들의 외면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거리 유세 현장에서도 예전처럼 시민들이 몰려드는 장면보다는, 유세차 소리를 등진 채 지나치는 인파들이 더 눈에 띈다.
무관심 현상은 특히 젊은 세대와 50대 이상에서도 두드러진다. 청년층은 “우리 삶과 연관이 없는 정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중장년층도 “계속 싸우기만 하지 해답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런 현상을 방치할 경우, 민주주의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해진 과제는 정치권의 전면적 쇄신과 소통 방식의 개혁이다. 정책 중심의 공약 제시, 시민 의견 수렴에 기반한 행보 등이 바로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여겨진다. 단순한 구호보다 현실적 대안 제시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재명 중도층 지지 상승…‘보수 벨트’ 균열 조짐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대구·경북과 같은 보수강세 지역 내에서 이재명 후보를 향한 중도층 지지의 변화다. 실제로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구에서 진행한 집중 유세에는 예상 외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고, 청중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는 것이 현장 평가다.특히, 그는 지역 공약으로 ‘균형발전’과 ‘TK 인재 육성’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며 실질적 변화를 약속했다. 이는 단순히 이미지 변신이 아닌, 정책적 접근을 통해 기존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중도층 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대안 정치’로 수용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위기와 청년 일자리 문제 등 지역 고유의 경제적 현실을 언급하며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점은 젊은 유권자와 실수요자 계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더 이상 ‘정당의 브랜드’보다는 ‘후보의 실력’과 ‘지방 책임감’이라는 가치가 우선시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여전히 보수 정당에 대한 충성도는 뿌리 깊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한 평가는 확실히 과거 박근혜-탄핵 국면 이후 나타났던 진영 간 첨예한 대립의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대구·경북 내에서 단순 지지율 변화가 아닌 새로운 정치적 균열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 및 전망
대구·경북 민심은 과거와 달리 단단하지 않다. 계엄령 문건, 내홍, 파면 언급 등 연이은 정치적 실수는 지역 유권자에게 큰 피로감을 안기고 있으며, 결국 참여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무관심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일부 중도층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실용정치와 지역 밀착형 공약에 반응하며 지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이제는 정당의 이름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 시대다. 다음 단계로는 지역의 요구에 실질적으로 귀 기울이는 정치인의 등장이 필요하며, 유권자 역시 관심을 갖고 변화를 선택하려는 노력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향후 민심 흐름은 전국 정치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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